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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 소설은 즉 야설이다. 이걸 일주일 내내 읽어서 겨우 완독했다. 총 637편에 달하는 엄청난 장편이고 종이책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봐야 해서 손가락도 손목도 눈도 아팠다. 하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다 봐서 후회는 없다. 야설인데 어떻게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스토리가 탄탄한지...

이 소설은 간단히 요약하면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는 오피스 레이디이자 커리어 우먼인 오연지와 취사병 출신에 못 만드는 음식이 없으며 마대정보진흥회사?라는 일명 흥신소에서 일하는 '편견'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부부로 지내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아내 오연지는 매우 문란하고 색을 좋아하여 남자만 보면 환장해서 다리를 벌리고 다니고 남편 편견은 그런 아내를 17년 동안이나 끔찍이도 사랑하여 제대로 통제도 못하고 눈 감고 살고 있다.

니 소설을 읽으면 아내보다도 우유부단하고 결단력 없는 남편 편견 때문에 짜증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내를 강하게 통제하지도 그렇다고 편히 놔두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아내한테 속아 넘어가도 아내를 믿는다면서 스마트폰이나 gps로 완벽히 감시하지도 않는다. 감시하다가 어설프게 해서 걸리거나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매일 확인하던 cctv나 이메일 등도 제대로 감시 안 하다가 또 당하고...

그래도 홍콩도 등장하고 상하이 일본도 배경으로 그려지면서 스케일도 크고 인물들의 대사나 감정 표현이 매우 섬세하여 웬만한 소설보다 훨씬 작품성 있다.

야한 장면도 많지만 슬프거나 웃긴 장면도 진짜 많다. 안 본 사람 있으면 꼭 한 번 봐 보길.
693편 중에 단 1편만 봐도 몰입감이 장난 아니라서 도중에 읽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작가 이름은 '필펜'인데 이름 한 번 진짜 잘 지은 것 같다. 정말 필력이 웬만한 유명 소설가들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야설인데도 각종 요리하며 법률, 스포츠(특히 격투기와 복싱), 부동산, 의학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가 있다.
스무스하게 고급 영어 단어를 적절히 배치(나이브한 여자)해 놓은 구성도 인상 깊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아내 미제라블', '아내의 은밀한 과거 그리고 현재'도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비슷한 내용의 소설로는 '내 아내의 과거 이야기'가 있다.

연재사이트 : 조아라 노블레스

본편 : 2015년 8월부터 연재를 시작   2016년 3월 637편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스핀오프 1편 눈꽃의 후회 79편

스핀오프 2편 비밀일기 87편



p.s 2019년 3월 24일 아내와 편견2 끝없는 여행까지 다 읽었다.
마지막에 아내 오연지가 첼로로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연주하는 대목은 완전 영화 같았다. 음악이 머릿속에 맴골면서 바닷가 근처 들푸른 초원 벌판에서 아내가 첼로 연주하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그 후 남편 편견과 나란히 누워 남편의 살찐 배를 만지며, 사후세계가 있다면 기승전결이 똑같은 당신이랑은 안 산다, 기승전결이 매번 다른 쟈니랑 살겠다고 말하는 오연지를 보며 욕이 절로 나왔다. 씁쓸한 결말이다.

이번 '끝없는 여행' 편에선 편견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장면이 쓸데없이 너무 길었다. 이렇게 억지로 분량을 늘리면 수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길래 작가가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마지막 화 저자 후기에서 웬만한 대하소설보다 분량이 많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소설 내용이 긴 것에 괜한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아내와편견2는 1보다 꼴림도 좀 덜 한 것 같다.

그래도 2편에서 좋은 클래식을 얻었다.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과 편견의 딸 아연이가 자주 연주했던 곡이자 오연지와 쟈니가 홍콩에서 함께 연주하던 '파사칼리아'가 그것이다.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은 많이 들어봤던 곡이라 친숙하다 쳐도 파사칼리아는 처음 듣는데도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구슬피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가 편견과 아내, 쟈니의 비참한 관계를 그대로 소리로 들려주는 것 같았다.

아내와 편견 1, 2를 다 읽는 동안 내내 작가의 박학다식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요리면 요리, 의학이면 의학, 복싱이면 복싱, 삼국지면 삼국지, 법이면 법, 부동산 관련 경제 지식에다 영어 공부도 꽤나 했는지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고급 편입 영단어도 은근 많이 구사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발라드 같은 음악으로 작가 나이를 추정하면 60~70년대에 태어난 연륜 있는 최소 대졸자 출신인 것 같다.

로맨스 소설 치고 사랑 얘기 뿐만 아니라 위에서 열거한 많은 분야에서 전문적 수준의 용어가 많이 나와서 놀라면서도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니도 평소에 경제나 요리 같은 흥미 없는 분야에 관심 좀 가져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로맨스 혹은 네토라레 소설의 명작 '아내와 편견' 1편만 읽어 보면 당신은 어느새 밤을 새워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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